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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내 친구 홍신호에게... 나마저 너를 잊을까 글을 남긴다...

by O.A. Balmy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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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저 너를 잊을까 글을 남긴다...

 

내 친구 홍신호에게 보내는 글...

 

군대 다녀오고, 결혼도 하고 먹고살다 보니 너를 잊고 지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이제는 이름마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너의 이름을 적어봤다...

 

군대를 나와서 고향집에서 살면서 직장을 구하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서 어울리게된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과 어울리고 지내고 있는데 그게 벌써 4년은 훌쩍 지났구나... 지금은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 친구들이랑 종종 모여서 영화도 함께보고... 매해 가을에는 함께 여행도 다닌다...

 

이상하게도. 고등학교 학창 시절 친구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보다 뭔가 더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게 있긴 한 것 같다... 마치 형제처럼 말이야...

 

글쎄... 만약 네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너와도 고향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서... 너 또한 여기 동창 녀석들과 함께 만든 단체 카톡방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2학년인가? 너나 나나 어렸었고... 솔직히 우리 둘 다 약간 아싸 기질이 있었었지... 둘다 하얀 얼굴에 안경 끼고... 우리 학교 교복은 얼마나 볼품없었는지... 그래도 너는 키가 나보다 컸었는데... 물론 내가 좀 작은 편이었지만... 넌 한 174는 넘었던 거 같아...

 

그 당시 아마 너에게는 내가 가장 친한 친구가 아녔을까? 나야 뭐... 원래 외로움이나 그런 거 안 타고 원래 혼자 노는 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인간관계에 대해 다소 무관심했지만... 그 날일은 정말 후회가 된다...

 

여름날이었지... 반팔 교복이 기억난다... 그날 학교가 끝나고 너는 내게 같이 하교하자고 했었지... 아마 그날 내가 청소 당번 같은 거였어서... 너랑 함께 하교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난 너에게 먼저 하교하라고 했었고... 너는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답했었지... 난 속으로 생각했었어 어차피 내일 또 만날 텐데 오늘은 먼저 보낼 수 도 있지...

 

 

 

그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나랑 기다렸다 같이 가자고 하던가 너를 붙잡아 두었어야 했어... 변명일지 모르지만... 난 그저 가뜩이나 늦게 수업이 끝난 상황에서 나 끝나기를 네가 기다리면, 너의 자유 시간을 빼앗을까 봐 그랬던 것인데...

 

그날이 너와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다음날... 조례시간에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학생 중 하나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2학년 모든 학생들이 수군거렸고, 난 네가 그 학생이라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정말 어렸었고... 죽음이라는 건 정말 나에게 너무 먼 이야기였지...

 

그날 나는 집이랑 학교 외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버스 노선을 찾아서 너의 장례식장에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정말 어안이 벙벙했었지...

 

장례식장에서 만난 너의 어머니께서는 정말 펑펑 울고 계셨어... 나는 너의 영정 사진을 보고도 그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한 마디도 제대로 못했었는데...

 

마지막에 겨우 입을 뗀 게 너를 그때 꼭 붙잡아두었어야 하는데... 먼저 하교시키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 말만 속죄 하 듯 작게 되뇌었던 것 같아...

 

 

 

이제는 흐릿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너의 어머니께서 그저 사고였고... 학교 근처가 아닌 집에 거의 다 와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나와는 관계없다고 나를 오히려 다독이셨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이 기억은 그냥 나의 죄책감에 왜곡된 것이려나...

 

난 그 자리에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었지만, 도망치듯 급히 빠져나온 장례식장 밖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뚜벅뚜벅 걷는데...

 

그제야... 정말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 

 

 

난 정말 그 당시에는 어렸던 것 같아... 생명의 무게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해 말로 잘 표현도 못하고... 그 당시 잘 이해도 못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그 상황을 더 먼저 깨달았던 것 같다.

 

 

이 나쁜 기억력으로... 그래도 나만은 너를 잊지 않아야지 생각했었지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최근 몇 년은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의 흔적이라도 찾아볼까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어디에서도 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구나...

 

남들 다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 조차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급히 떠난 너로 인해... 이제는 너의 얼굴마저도 이제는 흐릿한 잔상으로 남아버렸다...

 

 

 

피워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나의 친구야... 그 당시에 나 또한 젊음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었지... 하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 당시 너를 추억하자니 피워 보지도 못한 너의 삶이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하얀 얼굴에 큰 안경... 순하게 처진 눈매... 높은 콧대에 깡마른 몸매... 중간 좀 넘는 키를 가졌던... 내 친구 홍신호야...

 

글로라도 너를 추억하고... 혹시나 나마저 너를 완전히 잊어버릴까 봐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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